모리아/시
경칩
ree610
2024. 3. 5. 06:48

[경칩]
- 유창섭 -
봄으로 가는 날은 가까우나
거저 오는 게 아니야
봄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지
꽃샘 눈보라가 밀려오고
꽃샘추위가 부풀어 오른
꽃눈 얼어터지게 하면서
소란스럽게
하고 싶은 말 모두 토해 내리며
쌓아 두었던 마음 모두 내놓으라며
올 것은 모두 데리고
보이지 않던 소리들 더불어,
가장 낮은 곳으로 온다
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쑥과 냉이
가장 먼저 몸을 털고 일어서서
발밑에 욕심 내려놓으면
눈이 와도 꽃은 필 거야
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