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[입춘이면]
-박노해-
입춘이면 몸을 앓는다
잔설 깔린 산처럼 모로 누워
은미한 떨림을 듣는다
먼 데서 바람이 바뀌어 불고
눈밭이 눈물로 녹아내리고
언 겨울 품에서 무언가 나오고
산 것과 죽은 것이
창호지처럼 얇구나
떨어져 자리를 지키는 씨앗처럼
아픈 몸 웅크려 햇빛 쪼이며
오늘은 가만히 숨만 쉬어도 좋았다
언 발로 걸어오는 봄 기척
은미한 발자국 소리 들으며

'모리아 > 시' 카테고리의 다른 글
[봄눈] -김용택- 눈 온다 눈은 어디에 가 앉지 못하고 허공을 떠돈다 내 안에서 깜박 꺼지고 저기 핀다 한 점 매화 (0) | 2025.02.05 |
---|---|
[폭설] -류근-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온밤 내 욕설처럼 눈이 내린다.. (0) | 2025.02.04 |
[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] -김태광- 안개 자욱한 강을 건너다 그대를 만났습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두려움도 까맣게 잊은 채 (0) | 2025.02.02 |
「따뜻한 얼음」 - 박남준 옷을 껴 입듯 한 겹 또 한 겹 (0) | 2025.02.01 |
[겨울비] -송태열- 창밖에 빗소리 님의 인기척인 듯 창문을 열어보니 한 겨울에 웬 비 눈은 왜 비로 변했을까 그리움이 변하여 미움이 되고 (0) | 2025.02.01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