모리아/시

[입춘이면] -박노해- ​ 입춘이면 몸을 앓는다 잔설 깔린 산처럼 모로 누워 은미한 떨림을 듣는다 ​ 먼 데서 바람이 바뀌어 불고 눈밭이 눈물

ree610 2025. 2. 3. 07:41

[입춘이면]

-박노해-

입춘이면 몸을 앓는다
잔설 깔린 산처럼 모로 누워
은미한 떨림을 듣는다

먼 데서 바람이 바뀌어 불고
눈밭이 눈물로 녹아내리고
언 겨울 품에서 무언가 나오고

산 것과 죽은 것이
창호지처럼 얇구나

떨어져 자리를 지키는 씨앗처럼
아픈 몸 웅크려 햇빛 쪼이며
오늘은 가만히 숨만 쉬어도 좋았다

언 발로 걸어오는 봄 기척
은미한 발자국 소리 들으며